드라마를 보다 문득 한 문장이 마음을 붙잡는 순간이 있다. 이야기의 흐름과는 별개로, 마치 누군가 내 안을 들여다본 것처럼 오래 머무는 말들 말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무능한데 그렇지 않은 척하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인간답지 않은 것이다.”
짧은 대사였지만 이상하리만큼 오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는 과연 유능한 사람인가.
그리고 그 질문보다 더 오래 붙잡고 있게 만든 것은 다른 물음이었다.
나는 과연 인간적인 사람인가.
우리는 살아가며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환경 속에 놓여 있다. 더 좋은 성과를 내야 하고, 더 빠르게 성장해야 하며, 더 전문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 속에서 살아간다. 직장에서도, 사업에서도, 관계 속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쓸모를 보여주기 위해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무능해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불안해지고, 부족하다고 인정하는 것이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알고 있는 척하고, 괜찮은 척하고, 준비되어 있는 척하며 살아간다.
생각해보면 무능함 자체가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모르는 것은 배울 수 있고, 부족한 것은 채워갈 수 있으며, 실패는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위험한 것은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인간다움까지 잃어버리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타인의 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실수를 덮기 위해 책임을 다른 누군가에게 넘기고,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사람보다 체면을 우선하는 순간들.
그 순간 사람은 유능해 보일 수는 있어도, 신뢰받기는 어려워진다.
돌아보면 사람들은 뛰어난 사람을 기억하기도 하지만, 결국 오래 남는 것은 인간적인 사람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솔직했던 사람, 부족함을 숨기지 않았던 사람, 실수를 인정할 줄 알았던 사람, 그리고 자신의 위치보다 사람을 먼저 바라볼 줄 알았던 사람 말이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은 유능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능력이 부족한 순간에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나는 과연 유능한 사람인가.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 하나.
나는 지금, 인간적인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