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의 기록

경계에 선 사람의 쓰임

2026. 05. 25.· 조직
#조직#다양성#변화#관계

조직 안에는 늘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한쪽에 완전히 속하지 않은 채 이곳저곳을 오가며 상황을 살피고, 때로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을 탐색하는 사람들이다.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애매한 위치에 놓이는 경우도 있고, 의도적으로 그 경계 위를 걷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이런 사람들은 조직 안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흔히 회색분자라 부르거나, 상황에 따라 움직인다는 이유로 박쥐 같은 존재로 치부되기도 한다. 어느 편에도 완전히 서지 않은 태도는 신뢰를 흔들고,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계에 어정쩡하게 발을 걸친 사람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확실한 편을 들지 못한 채 눈치를 보다 결국 어느 쪽에서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는 유리한 선택이라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애매한 상태에 머무르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존재를 무조건 불필요한 사람으로 단정할 수 있을까.

조직 운영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다른 가능성이 보인다.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은 대개 다양한 그룹의 분위기와 흐름을 읽는다. 이곳저곳의 맥락을 이해하고, 여러 부서와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정보를 접한다. 때로는 이런 특성이 조직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기도 하고, 정체된 집단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를 흔히 메기효과라고 부른다.

고요하게 정체된 물속에 작은 자극 하나가 들어오는 것만으로 전체의 흐름이 달라지듯, 경계에 선 존재가 조직 안에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성향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그 특성을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보는 일이다.

생각해보면 조직 운영의 본질은 결국 사람을 평가하는 일이 아니다.

각자가 가진 결을 읽고, 가장 적합한 자리에 배치하며, 그로 인해 전체가 더 역동적으로 움직이도록 설계하는 일에 가깝다.

경영자의 고민 역시 다르지 않다.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이 지치지 않으면서도 비용 낭비를 줄이고, 동시에 최대의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모두가 기대한 방식으로 성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역할과 쓰임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하면, 한때 잉여자원처럼 보였던 존재도 전혀 다른 가치로 읽히기 시작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쓰임새가 있다.

문제는 그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이 부족한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2026. 05. 29. · 관계
조화는 다양성 위에서 피어난다
2026. 06. 04. · 관계
존대가 남기는 것
2026. 05. 20. · 관계
경조사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마음
← 기준의 기록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