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업무차 방문하게 된 서울대분당병원의 길목을 지나며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입구로 이어지는 작은 다리 양옆에는 형형색색의 화분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붉은빛과 보랏빛, 옅은 분홍과 깊은 초록이 서로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만약 그곳이 하나의 색으로만 채워져 있었다면 별다른 감흥 없이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로 다른 색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기에, 자칫 무겁고 우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병원의 길목은 오히려 생기와 따뜻함을 머금은 공간으로 느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조직을 떠올렸다.
회사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모두가 같은 색이어야 한다고 믿는 조직은 처음에는 정돈되어 보일지 모른다. 비슷한 생각, 비슷한 방식, 비슷한 언어로 움직이는 집단은 겉보기에는 효율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생동감을 잃는다.
변화는 서로 다른 결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튀는 듯 보이지만 주변의 조화를 해치지 않는 색, 자신만의 선명함을 유지하면서도 전체의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존재들.
조직 안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는 구조를 설계하고, 누군가는 사람을 읽으며, 누군가는 시장의 흐름을 감지하고, 또 누군가는 기술이라는 언어로 미래를 구현한다.
기획, 인사, 영업, 재무, 개발과 같은 서로 다른 기능들이 각자의 색을 유지한 채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 비로소 조직은 진짜 힘을 갖는다.
오늘날 기업들이 스쿼드형 조직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양한 기능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문제를 함께 바라볼 때,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해결의 실마리가 드러난다.
중요한 것은 다양성을 허용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 차이를 어떻게 배치하고, 어떤 조합으로 엮어낼 것인가를 설계해야 한다.
그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리더는 구성원을 획일적으로 정렬시키는 사람이 아니다.
각자가 가진 고유한 색을 발견하고, 그것들이 서로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더 큰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배치하는 사람이다.
생각해보면 좋은 조직은 잘 정리된 화단과도 같다.
각자의 빛깔은 다르지만, 함께 있을 때 더 아름답다.
리더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구성원을 바꾸려 애쓰는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그들의 색을 알아보고, 그것이 가장 잘 피어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