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읽다 보면 유비가 익주를 얻기 위해 방통과 함께 전장에 나서는 장면이 등장한다.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던 그때, 제갈량으로부터 회군을 요청하는 연락이 도착한다. 판세를 살피던 유비는 잠시 멈춰 후일을 도모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공세를 이어갈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그 순간 유비 곁에 있던 방통은 제갈량의 의도를 다르게 해석한다. 전황 때문이 아니라, 혹시라도 자신의 공이 더 크게 드러나는 것을 경계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방통은 유비에게 계속해서 공세를 이어갈 것을 조언하고, 끝내 적군의 화살비 속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 장면은 단순한 전쟁의 비극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오히려 조직 안에서 뛰어난 인재들이 함께 움직일 때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또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방식이 분명하다. 판단이 빠르고, 상황을 읽는 힘이 있으며,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익숙하다. 문제는 그만큼 자신의 해석과 성과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다는 데 있다. 그리고 때로는 이 자부심이 협업보다 경쟁을 먼저 바라보게 만들기도 한다.
조직은 흔히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더 좋은 학교, 더 화려한 경력, 더 높은 성과를 가진 사람을 찾는다. 물론 그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함께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서로를 견제하기 시작하면 조직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실력은 높아질 수 있어도, 신뢰는 낮아지고, 결국 에너지는 외부 경쟁이 아니라 내부 긴장 속에서 소모되기 시작한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리더다.
리더는 단순히 뛰어난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놓는 사람이 아니다.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사람들이 충돌이 아닌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방향을 맞추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자존심이 조직의 흐름을 흔들기 시작한다면 중재해야 하고, 경쟁심이 지나치게 커진다면 각자의 역할을 다시 정렬해야 한다.
강점은 드러나게 하고, 약점은 서로가 메워줄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 그것이 리더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LG가 오랜 시간 인화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사람과 조직의 성장을 강조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 운영은 결국 시스템이나 성과 이전에 사람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함께 일하는 방식, 서로를 이해하는 태도, 갈등을 조율하는 문화가 없다면 아무리 뛰어난 인재가 모여 있어도 지속적인 성장은 어렵다.
한 명의 뛰어난 인재가 조직을 성장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오래가는 조직은 결국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곳에서 탄생한다.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함께 움직이려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