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의 기록

감탄하고, 또 감동하라

2026. 05. 12.· 리더십
#리더십#신뢰#성장#관계

예전에 전략 부서에서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대표님께서 직접 내려주신 과제를 붙잡고 자료를 만들거나, 숫자를 정리하고, 방향을 고민하며 몰입해 있던 순간들이 자주 있었다. 그럴 때면 가끔 대표님께서 조용히 곁으로 다가오시곤 했다.

말없이 화면을 유심히 바라보시다가, 이내 특유의 반응을 보여주셨다.

“와… 이런 것도 가능하군요.”
“이야, 정말 훌륭하십니다.”
“이럴 수가 있나요?”

그리고 잠시 뒤에는 꼭 이런 말을 덧붙이셨다.

“여기서 이 부분은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돌이켜보면 그 순간들이 참 특별했다.

거창한 보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공식적인 평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짧은 반응 하나에 다시 힘이 났고, 더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중력은 더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다음 결과물을 더 기대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어느 순간부터는 은근히 대표님이 또 지나가시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사람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는 순간, 놀라울 정도로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성과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자신이 보고 있다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히 동기부여를 거창하게 생각한다. 높은 연봉, 성과급, 승진, 스톡옵션, 더 좋은 직함. 물론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이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 때가 많다.

누군가의 진심 어린 감탄.

잘 보고 있다는 짧은 한마디.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가치 있다는 확신.

그것만으로도 사람은 다시 몰입하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전쟁, 경기 침체, 빠르게 바뀌는 산업 구조, 그리고 AI가 일상 속 깊숙이 들어온 지금. 누구나 불안과 경쟁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일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은 속으로 자신이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체될 수 있는 존재는 아닌지,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끊임없이 묻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필요한 리더가 있다.

사람의 부족함만 발견하는 리더가 아니라, 가능성을 먼저 발견해주는 리더.

실수를 지적하기 전에 노력을 알아봐주는 리더.

성과를 평가하기 전에 몰입을 읽어주는 리더.

그리고 진심 어린 감탄으로 사람 안에 잠들어 있던 에너지를 다시 깨워주는 리더.

인간의 잠재력은 명령으로 깨어나지 않는다.

신뢰와 기대, 그리고 감동이 함께할 때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쩌면 리더의 가장 큰 역할은 앞에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곁에서 누군가의 가능성에 먼저 감탄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감탄은 결국 한 사람을 움직이고, 한 사람의 변화는 다시 조직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기 시작한다.

사람은 칭찬에 약한 존재가 아니다.

진심에 반응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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