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의 기록

적당히 익어가는 시간

2026. 06. 03.· 성장
#성장#자기이해#기준#변화

인생도 경력도 결국은 불판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고기와 비슷하다.

좋은 고기는 불 위에 올려놓는다고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너무 자주 뒤집으면 육즙이 빠지고, 너무 성급하게 집어 들면 속은 아직 익지 않은 채 아쉬움만 남는다. 반대로 지나치게 오래 두면 타버리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적당한 시기를 기다린다.

이쪽 면이 익으면 저쪽으로 뒤집고,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살핀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골고루 익혀낸 음식은 함께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그 순간 자체를 즐거운 기억으로 남게 한다.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늘 조금 더 빨리 성장하고 싶어 한다. 남들보다 먼저 인정받고 싶고, 더 좋은 자리로 이동하고 싶으며, 기대했던 결과를 가능한 한 빨리 얻고 싶어 한다.

그러나 성급함은 종종 탈이 된다.

덜 익은 고기를 급하게 먹고 배탈이 나듯,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면 오히려 더 큰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 바쁜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다 의자를 넘어뜨리는 것처럼, 조급함은 예상치 못한 실수를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머리로는 알고 있다.

모든 일이 내 뜻대로 흘러갈 수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마음은 늘 서두른다.

그래서 때로는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배우 한석규가 긴 침체의 시간을 지나며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았듯이, 우리 역시 경력과 관계를 설계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가.

무엇을 포기할 수 없고, 무엇은 내려놓아도 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조금씩 찾아가는 과정이 결국 자신의 삶을 익혀가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좋은 경력은 빠르게 쌓인 경력이 아니다.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기다림 속에서 자신만의 결을 만들어낸 경력이다.

불판 위의 고기가 서두르지 않아도 결국 가장 맛있는 순간에 도달하듯, 우리의 삶과 경력도 그렇게 자신만의 속도로 익어가는 중인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남보다 빨리 익는 것이 아니다.

타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익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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