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의 기록

본인의 정체성만큼은 잃지 말자

2026. 05. 13.· 성장
#정체성#자기이해#다양성#존재

세상의 모든 일을 흑과 백처럼 나누어 판단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맞는 것과 틀린 것, 옳은 것과 그른 것, 성공과 실패처럼 모든 것이 명확하게 구분된다면 사람은 훨씬 덜 고민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늘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사람도 그렇고, 관계도 그렇고, 조직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쪽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함이 늘 함께한다. 그래서 삶은 단순한 정답 찾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결들을 이해해가는 과정에 더 가깝다.

결혼을 하든, 친구를 만나든, 함께 일할 사람을 찾든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는가에 있다. 비슷한 생각, 익숙한 환경, 편안한 관계 속에만 머무르면 안정감은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성장의 폭은 생각보다 쉽게 좁아진다.

최근 ‘이향인’이라는 표현이 주목받고 있다. 외향적이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내향적이지도 않은 사람들. 상황에 따라 조용히 관찰하기도 하고, 필요할 때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도 하는 사람들 말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성향이 단순히 애매함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서로 다른 환경과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다양한 결을 경험할 수 있는 힘에 더 가깝다.

생각해보면 생명의 진화 역시 익숙한 것들끼리의 반복보다는,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과정 속에서 발전해왔다.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낯선 환경을 경험하고, 익숙하지 않은 생각들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사람은 이전에는 몰랐던 감정과 관점을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들이 쌓일수록 신기하게도 사람은 더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누구인지 더 선명하게 알게 된다.

왜냐하면 다양성은 나를 잃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닌 것들을 충분히 경험한 뒤에도 끝까지 남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직감이라 부르고, 어떤 사람은 감이라 말하며, 어떤 사람은 삶의 방향성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경험을 통과한 뒤에도 남아 있는 자기만의 감각에 가깝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관계 속에서도 조금 다르게 움직인다.

감정을 쉽게 단정하지 않고, 타인의 반응을 곧바로 오해하지 않으며, 자신의 기준만을 앞세우기보다 상대의 결을 먼저 읽으려 한다.

그래서 감정의 소모는 줄어들고, 이해의 폭은 넓어진다.

조직 안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어떤 모습일까.

회의는 더 치열해질 수 있다. 하지만 관계는 덜 소모적일 것이다. 의견은 더 다양해질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안전하다고 느낄 것이다. 서로 다른 생각들이 부딪히더라도, 그것이 공격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는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더 많은 지식이나 더 화려한 경험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다양한 사람과 환경을 통과하면서도, 끝내 자기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는 힘.

어쩌면 그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가장 단단한 힘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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