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지금 서 있는 곳에서 보이는 것들
사람마다 자라온 환경도, 지금 처한 상황도 다르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각자가 서 있는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을 세상의 전부처럼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노력을 기울여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 마땅히 축하 받을 일이다. 다만 지금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 세상을 더 많이 이해하고 있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반대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삶이나 시선까지 작아지는 것도 아니다.
삶을 산에 비유해 보면 이렇다. 산 아래에서는 나무 한 그루의 결이나 길가에 핀 작은 꽃이 가까이 보인다. 높은 곳에 오르면 능선 너머로 이어지는 산과 멀리 펼쳐진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올라서야 보이는 풍경이 있고, 가까이 머물러야 발견할 수 있는 풍경이 있다. 어느 자리에서든 보이는 것이 있고,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그러니 지금의 위치만으로 서로의 삶을 다 헤아릴 수는 없다.
물론 지위나 경제적 여건은 삶의 여유에 영향을 준다. 당장의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에게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손쉽게 말할 수는 없다. 바꾸어야 할 현실이 있고, 벗어나야 할 어려움도 있다. 다만 그 시간을 살아가는 동안, 현재의 처지를 자신의 가치와 동일하게 여기지는 않았으면 한다. 원하던 곳에 도달한 뒤에도 마음이 허전할 수 있다. “이제 무엇을 향해 가야 할까?”라는 질문 앞에서 오랫동안 붙들었던 목표를 다시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반대로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는 시기에는 자신을 책망하며, 아직 이루지 못한 것들로만 삶을 평가하기 쉽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온전히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루어 낸 것과 아직 이루지 못한 것, 가진 것과 부족한 것을 함께 살피는 일, 더 나아가고 싶은 마음을 품으면서도 오늘의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일이다.
산 아래에 있다고 정상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고개를 들면 정상 너머로 하늘이 펼쳐져 있다. 구름이 흐르고, 달이 차고 기울며, 계절은 저마다의 빛으로 찾아온다. 높은 곳에 올랐다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지나온 길과 그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자리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배우며, 어떤 삶을 만들어 가느냐에 있다. 다른 자리에 선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내게 보이지 않던 풍경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자족은 그런 태도에 가깝다.
지금 누릴 수 있는 것을 알아보고,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 갈 힘을 얻는 것, 다른 사람의 성취를 인정하면서도, 내 삶의 속도와 방향을 살피는 것이다. 각자가 처한 상황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넓고 깊어진다면, 삶에는 여전히 발견할 것이 남아 있다.
"지금 서 있는 곳은 나의 위치이지, 나의 전부가 아니다."
오늘의 풍경을 충분히 바라보며, 내게 필요한 다음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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